나는 어쩌다가 취사병이 되었나
취사병, 정식용어로는 조리병이지만 보통은 취사병으로 불리는 그들
밖에서 군대 얘기를 해도 같은 취사병을 만나지 않고서는 왠만해서 공감대를 나누기 쉽지 않다.
그래서 쌓아두고 쌓아두다보니 아련해지는 나의 이야기
누군가에겐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나의 경험들
친없찐이라 글로써라도 남겨야 겠다 싶어 한번 써내려 본다.
바깥에서 미술관련전공이면 연병장에 축구라인을 그리고 컴퓨터를 좀 했다고 하면
행정반에 처 때려박아 야근을 시키는 상식이 통하지 않던 집단 군대
지금에서야 인권이니 뭐니 나아지긴 했지만 나 때는 아니었던 군대
밖에서 음식을 좀 했다고 자부하기 어려운 나이 20대 초반
누가 요리관련 직종을 하다가 군대에 들어가겠는다
행여 그렇다 하더라도 부대수가 그렇게나 많은데 모든 부대에
요리를 해본 사람이 갈 수 있겠는가?
아니다 운전병도 그렇고 취사병도 그렇고 전부다 비전공자들이 대부분일터
욕먹고 까이고 깨지고 혼나고 하면서 전수받는 수준
나는 부산에서 자랐고 요리의 요자도 모르고 살았다
계란후라이와 라면 정도는 하는 평범한 20대 초반의 남자
마침 내가 갔던 울산의 한 부대는
말년 형님이 취사장 왕고였고 중간에 갓 상병이 된 동갑내기 선임
그러니까 두명이서 돌아가는 구조의 작은 대대였음
여기서 우리 대대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예비군 훈련 대대라고 해서 인원이 많지가 않음 60~90명 사이를 유지하는 그런 대대
울산 촌구석이라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부대를 운영하는 그런 대대
예비군들이야 사제짬밥 먹으니까 우리의 대상이 아님
앗 참고로 그 동원훈련하는곳은 좀 큰데임 우리 대대는 아니고 동원훈련은 분기에 두번인가 밖에 없어서
파견을 나가게 됨
우리 대대는
본부중대와 전투중대로 두개의 중대가 있는데 전투중대가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일반 중대고
본부중대가 그외의 잡무를 맡는 그런 중대
처음 전입할 때 나는 아니 우리 동기들4명중 3명이 본부중대 1명이 전투중대로 배정되어 전입되었음
때마침 조리병이 필요했던 취사장에서 한명 요구함
숫기가 없고 분위기에 눌려 나서기 어려웠음 사실 요리에 관심도 없었고
우리 동기 세명중 한명이 손을 들어 지원하고 취사장으로 바로 직행
나는 편안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원갔던 친구가 돌아옴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원래 전투중대로 가야하는 인원이었던거임
그러니까 본부중대에 두명이 왔었어야 하는 상황
내 옆에 동기가 취사병을 안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얼껼에 되버림
사실 은근 특별해 보이도 하고 좋았음
그렇게 줄서서 취사병이 됨
많은 특수보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을 것이다 20대 초반에 무슨 능력이 있어서
특수보직을 받겠냐 그냥 시키니까 하는거지
그 군대 특유의
"까라면 까는거지"
그렇게 나는 취사병이 되었고 지금까지 그 때 배웠던 기술 들을 활용하여 짬밥을 만들어 먹고 산다.
취사병이 되었던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이등병 당시 왕고였던 형은 나름 FM맨이라 정석을 많이 배웠으며
다행히 내 아버지 군번이었던 물상병 동갑내기 선임은 호텔에서 조리를 하던 친구였음 그래서
욕먹으면서 많이 배웠다
지금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당시엔 모든 계급이 한내무실에서 생활했기에
그 내리갈굼과 내무부조리는 항상 따라 다니는 거였음
그 때가 힘들었는데 재미있었기도 했고 그립기도 하다.
군생활이 그리운건지 젊은 시절이 그리운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억 나는 대로 그 때의 얘기를 가끔 적어 보겠다.